사람이 노쇠해 임종이 가까워지면 음식물 섭취가 어렵고, 정신이 혼수상태나 착란을 일으키며, 자율신경 등 인체의 기능이 극도로 저하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어찌 보면 기계가 수명을 다하듯, 인간도 자연스레 죽음으로 다가가는 단계인데 가족이나 의료진은 사실상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환자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어 ‘웰 다잉’을 방해한다.
일본의 노인병 전문의 이시토비 고조는 자신의 책 <우리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나>에서 ‘눈 딱 감고 먹이지 않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고령의 노인은 먹지 않아서 죽는 것이 아니라 생명력이 다해서, 다시 말하면 죽을 때가 임박했기 때문에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백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미국의 사회운동가 스콧 니어링(1883~1983)의 선택은 현대인의 삶과는 큰 대조를 보였다. 그는 뉴욕에서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버먼트주 한적한 시골 마을로 들어가 농사를 직접 지으면서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영위했다.
그해 먹을 양식을 모으면 더는 돈 벌 일을 하지 않았고, 집을 고치는 데 시간을 쓰지 않았으며, 하루 한 번은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하고 명상을 하였다.
그러다가 백세가 되어 세상을 떠날 때가 가까워 오자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자연스러운 죽음의 과정을 원하기에 병원이 아닌 집에 있기를 바란다"라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또 죽음이 다가오면 음식과 물을 끊을 것이며, 죽음의 과정을 예민하게 느끼고 싶으므로 진정제나 진통제 같은 약을 투여하지 말라고 단단히 부탁했다.
“죽음은 광대한 경험의 영역이다. 나는 힘이 닿는 한 열심히, 충만하게 살아왔으므로 기쁘고 희망에 차서 간다. 죽음은 옮겨감이나 또 다른 깨어남이므로 모든 삶의 다른 국면에서처럼 어느 경우든 환영해야 한다."
그는 이렇게 말하며 조용히 화장되기를 원했고, 장례식도 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다. 그의 마지막은 결국 그의 의향대로 됐다.
뉴질랜드에 사는 일흔아홉살의 폴라 웨스토비 할머니는 자신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도 심폐소생술을 하지 말아 달라며 가슴에 ‘DNR: Do Not resuscitate'란 문신을 새겨 놓았다. 이는 심장질환이나 뇌졸중으로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을 때 의료진이 볼 수 있도록 한 메시지다.
우리는 평소 건강할 때 가족이나 지인들과 죽음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일 때 어떻게 조치하길 원하는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밝혀 국가 전산시스템에 등록해 놓을 필요가 있다.
2000년 미국 내과학회지 에 ‘훌륭한 죽음을 찾아서: 환자, 가족 그리고 의료진 간의 합의도출’이라는 논문이 실렸다. 임종을 앞둔 환자와 가족과 의료진이 모여서 토론을 하고 회의를 하여 내린 결론인데 여기서 밝힌 훌륭한 죽음의 주요 요소는 다음과 같다.
◇ 훌륭한 죽음의 요소
- 통증 완화, 조절
- 명확한 의사 결정
- 죽음 준비
- 훌륭한 마무리: 갈등해소, 인사
- 다른 사람들에 대한 기여
-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존재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