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없이…" BTS 슈가가 즐기는 도수 57.1 '악마의 酒'
조선일보가 ‘맛있는 술 이야기’ 뉴스레터로 일주일에 한번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조선일보가 ‘맛있는 술 이야기' 뉴스레터로 매주 목요일 오후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홍수같이 쏟아지는 심각한 뉴스들을 잠시 잊고 힐링하시라고, ‘술의 세계, 세계의 술’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뉴스레터 필진에는 [박순욱의 술기행] 코너를 맡고 있는 조선비즈 박순욱 선임기자와 ‘재야의 술 고수’들이 전문가 기고 코너를 돌아가며 맡습니다. 전통주는 이대형 경기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맥주는 윤한샘 한국맥주문화협회 회장, 와인은 김상미 칼럼리스트(와인21닷컴 객원기자)가 글을 올립니다. 그외에도 각분야 전문가들이 생생한 주류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이번주 뉴스레터 소개]
조선일보 후배인 이혜운 기자는 지면을 통해 맛깔스런 술 기사를 자주 올리는 기자입니다. 그가 최근에 올린 글 중 [이혜운기자의 BTS를 마시다] 악마의 술 즐기는 슈가? 기사에 제 눈에 띄었습니다.
저는 BTS 팬도 아니고, 또 BTS 멤버 중 슈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노땅(?)입니다만 제 눈에 들어온 글자는 ‘라프로익’ 네 글자 입니다. 라프로익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싱글몰트 위스키입니다. 싱글몰트 위스키 중에서도 피트향이 강하기로 소문난 라프로익은 이탄(피트)으로 몰트를 훈연하는 과정에서 연료인 피트향이 강하게 배여들어갑니다.
이탄은 석탄이 되기 전 축축한 형태, 진흙같은 연료를 말합니다. 몰트 회사에서는 이탄을 캐다가 땔감으로 사용해서 몰트를 말립니다. 저는 오래 전 영국 스코틀랜드를 방문했을 때 실제로 이탄으로 몰트를 훈연시키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피트향은 다른 말로 훈연향, 스모크향, 탄향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여러가지 위스키 원액을 섞은 블렌디드 위스키에는 이런 피트향이 약하고, 한가지 원액만 사용하는 싱글몰트 위스키는 이 피트향이 도드라지는 제품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피트향이 강한 위스키들도 시대 흐름에 따라 등락을 거듭해왔습니다. 1970년대 이전의 스카치 위스키는 이런 스모크 향이 강했는데, 소비자들의 취향이 부드러운 위스키를 차츰 선호함에 따라 대부분의 스카치 양조자들은 이탄향을 약하게 하기 위해 맥아(몰트) 건조시 이탄 사용량을 줄여왔습니다.
그런데 2010년대에는 스모크 향이 진한 몰트 위스키가 시장에서 인기를 다시 끌기 시작해, 이탄으로 훈연한 몰트 사용량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싱글몰트 위스키 시대가 온 것이죠. 요즘 주변에 위스키 마시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싱글몰트 위스키 좋다는 사람들은 더러 있지 않습니까? 여러 잔이 아닌, 위스키 한잔을 마신다면 단연, 개성 강한 싱글몰트 위스키를 저는 권하겠습니다. 저는 니트(얼음, 물 없이 원주로)보다는 언더락으로 마시는 걸 즐기는 편입니다.
전문가 기고는 한국맥주문화협회 윤한샘 회장께서 보내주셨습니다. 도심 속 맥주 양조장이 도시 문화와 재생을 꿈꾼다는 내용입니다.
처음엔 스모크(연기) 향, 그다음엔 피트(병원) 향. 한 모금 마시니 목구멍이 타는 듯하며 톡 쏜다. 알코올 도수 57.1도의 위엄. 누군가는 악마의 맛이라고 했다. 방탄소년단(BTS)의 슈가가 가장 좋아한다는 술. 스코틀랜드 아일라섬의 싱글몰트 위스키 '아드벡 코리브레칸'이다.
슈가는 지난달 28일 BTS 숙소에서 진행한 개인 방송에서 "오늘은 좋은 날이기도 하니깐"이라며 방 선반에 있던 아드벡 코리브레칸 한 잔을 니트(neat, 얼음 없이)로 마셨다〈사진〉. 입안에 넣고 살짝 머금은 다음 넘기는, 위스키 마시는 정석이었다.
슈가는 BTS 중 가장 술을 잘 마시는 멤버다. 그는 "싱글몰트는 다 좋아한다"며 "스모키 향과 피트 향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이 두 향을 가진 싱글몰트는 대표적으로 아드벡과 라프로익, 라가불린 등이 있다. 슈가가 마신 아드벡 코리브레칸은 아드벡 기본인 10년보다는 도수가 높고, 요오드와 알코올 향이 약하다. 라프로익보다는 스모키 향이 강하고 해조류 향이 약하며, 라가불린보다는 목탄 향과 과실 향이 덜하다.
슈가는 '혼술'을 즐긴다. 그는 "해외 투어하면 괴로울 정도로 시차가 바뀌어 호텔에 가면 커튼을 치고 미니 바에 있는 거 다 마신다"고 했다. 이번 솔로 2집에 '혼술'이라는 곡도 넣었다. "안주는 안 먹게 되네 뭘 집어넣음 토할 거 같아서/…/슈퍼스타가 되면 매일 파티를 하며 사는 줄."
아드벡 코리브레칸 가격은 20만원 안팎.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에 아드벡과 라프로익, 탈리스커에 대해 "위스키 12년에 조미료를 아주 소량, 몇 알갱이 넣으면 바로 25~30년짜리 맛이 난다"고 쓴 바 있다.
동네 한 귀퉁이, 갓 볶은 커피의 향이 그윽하다. 커피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내린 커피는 다른 느낌을 주곤 한다. 푹 익은 김치로 바로 끓여낸 김치찌개가 더 맛있는 이유와 같다.
맥주는 어떨까? 갓 만든 맥주가 더 맛있을까? 맥주의 스타일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맥주의 맛은 신선도와 상관관계를 갖는다. 신선한 맥주가 더 맛있다. 하지만 동네 로스터리 카페, 노포 김치찌개는 우리에게 단순한 맛 이상의 가치를 전달한다. 이는 동네 맥주 양조장도 마찬가지다.
독일이나 체코와 같은 나라를 가면 동네 맥주 양조장을 흔히 볼 수 있다. 밤베르크의 슈렝케를라, 쾰른의 가펠, 하이델베르크의 베터 같은 곳은 단순한 맥주 양조장이 아닌, 그 지역 공동체의 아지트 같은 곳이다. 이 곳에서 지역 사람들은 우리 동네 맥주를 마신다는 자부심 외에 다른 의미를 갖곤 한다. 동네 맥주 양조장은 맥주의 맛을 뛰어 넘는, 무형의 가치를 품고 있는 공간이다.
도시에 맥주 양조장이 있다.
우리나라 도심에 소규모 맥주 양조장이 생긴 건 2002년 이후이다.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다양한 맥주를 선보이고자 소규모 맥주 양조장을 위한 주세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양조된 맥주와 음식을 같이 즐길 수 있는 브루펍(Brewpub)이 합법화되어 도심 속 맥주 양조장을 대표하게 되었다. 하우스 맥주로 불렸던 브루펍은 높은 세금과 맥주의 외부유통 금지로 인해 꽃을 피우지도 못한 채 사그라 들었다.
새로운 흐름을 맞은 건 2014년 이후, 소규모 양조장 맥주의 외부유통이 허용되면서부터다. 또한 2010년 대 들어 시작된 수입 맥주의 붐은 미국 크래프트 맥주를 대중에게 소개했고 다양한 맥주를 적극적으로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들과 새로운 시장 성장성에 대한 전망은 브루펍을 다시 등장하게 만들었다.
신생 브루펍들은 기존과 달리 맥주의 이름과 스타일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냈다. 바로 지역 정체성이다. 다품종 소규모 생산을 통해 각각의 맥주에 정체성을 부여하고, 지역민과 소통하기 위한 마케팅을 하는 등 그간 한국 맥주 산업에서 볼 수 없었던 로컬리티(locality)를 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 브루펍에서는 프리미엄 이외에 다른 가치를 찾기 힘들었던 반면, 지금은 정동맥주, 성수맥주, 서울맥주, 울산맥주, 강릉맥주 등 지역 정체성과 문화를 고려한 이름과 재료 그리고 스타일들이 도시의 작은 양조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작은 맥주들은 매스 마켓(mass market)을 대상으로 하는 대형맥주들이 만들어 낼 수 없는 가치를 형성하고 지역 사회 공동체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오랫동안 지역문화를 대표해 온 유럽 맥주와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미국 크래프트 맥주처럼 우리 맥주도 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 넣게 된 것이다.
도심 속 맥주양조장, 도시를 리뉴얼 하다.
미국 크래프트 맥주는 도시 재생 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대도시는 물론 플로리다 잭슨빌, 뉴잉글랜드 메사츄세츠의 작은 도시들에서도 맥주를 통해 도시가 정비되고 지역이 활성화된 예들은 수도 없이 많다.
예를들어 잭슨빌과 같은 도시는 소규모 맥주양조장과 펍을 도심재생 활성화 사업에 적극적으로 도입한 이후, 범죄율이 낮아지고, 버려졌던 항만의 창고와 공장들이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되어 지역민 뿐만 아니라 외부인들에게도 관광명소가 되었다.
미국의 도심 속 맥주 양조장들은 지역 문화를 상징한 공간 인테리어와 지역 정신을 담은 맥주를 출시하고 판매하여 무형의 문화를 실체적이고 상업적인 결과로 만들어냈다. 그동안 우리가 추진했던 도심 재생 사업이 실체가 불분명했던 것에 반해, 이들이 추구한 도심 속 맥주사업은 분명하고 명징한 사업적 실체를 제시한다.
실제 맥주 양조장 클러스터는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만들어 지역 사회에 활기를 공급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했다.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좋은 예가 바로 부산이다. 가장 선구적인 크래프트 맥주 문화를 이끌고 있는 부산은 구포의 오래된 도심을 맥주를 통해 활성화 시키는 ‘밀당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부터 부산 북구 구포에 밀당 브로이를 설립하고 올해 구포 밀맥주를 출시하여 도시 재생 사업에 맥주가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실체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도심 속 맥주 양조장, 지역 문화를 만들다.
지금까지 지역 문화 사업은 지역 특산물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역 특산물은 대중들에게 지리적, 심리적 거리감은 물론, 차별성 측면에서도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반해 맥주는 지역 정체성을 담은 문화를 실체화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맥주는 대중에게 친숙한 상품으로서 지역 정신과 특산물이라는 유무형적 요소를 함께 담아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스토링텔링은 지역 문화를 만들고 내재화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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