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설거지를 하게 만드는 법
맘 카페에서 재미있는 글을 하나 읽었습니다. 제목은 이랬어요. ‘남편 때문에 열불 터져 죽겠어요!’ 클릭을 해보니 이런 내용이었죠. 남편이 어느 날 안 하던 설거지를 하고 있더라는 겁니다. 뭘 잘못 먹었나 싶어 봤더니 그릇 닦는 수세미가 아닌 싱크대 닦는 더러운 수세미로 아이 숟가락이며 물 컵이며 닦고 있었다는 거죠. 그래서 등짝을 손바닥으로 세게 날려주면서 ‘이 인간아~ 내가 못 살아! 비켜’ 하고 아기 식기를 다 삶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댓글에는 공감한다, 속상하겠다, 나도 그런 적 있다,는 이야기로 가득했죠. 맞아요. 너무 속상할 거예요. 아기 입에 들어가야 할 소중한 식기가 찌든 때며 곰팡이 묻은 싱크대를 닦은 수세미로 닦였으니 말이죠. 화가 나고 속상한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 이후로 다시는 설거지하는 남편을 볼 수는 없을 겁니다.
손다이크가 말하는 효과의 법칙에 따르면 어떤 행동을 하고 거기에 좋은 결과가 나와야지만 유기체는 그 행동을 또 하고 싶어 한다는 거예요. 유기체는 비둘기가 될 수도 있고 개가 될 수도 있고 우리 인간이 될 수도 있죠. 설거지를 했을 때, 기뻐하는 아내의 표정은 좋은 결과가 됩니다. 하지만 등짝 스매싱은 나쁜 결과가 되는 거지요. 나쁜 결과는 그 행동을 다시 하고 싶지 않게끔 만든답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누군가 내가 열심히 노력한 것에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다면 어떤 마음이 먼저 들까요? 더운 여름 불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국을 끓였는데 한입 먹은 자녀가 표정을 찡그리며 ‘국물이 왜 이렇게 짜?’라고 했다고 생각해보세요. 어떨까요? 다음 국 끓일 때마다, 우리 아이가 국이 짜다고 했지! 맞아 맞아 조심해야지~ 하며 더 잘하려고 노력할까요? 아닙니다. 아마 이미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맛없으면 처먹지 마!’라는 말이 목구멍 바로 밑까지 올라왔을지도 모르죠.
효과의 법칙을 따라 상대가 원하는 행동을 하게 만들려면, 그 사람이 행동 하나를 할 때마다 좋은 결과를 제공해 주면 됩니다. 스키너 상자라고 들어보셨죠? 손다이크의 뒤를 이어 행동 심리학을 연구한 심리학자 스키너가 개발한 상자 이름이죠. 동물들을 상자에 가둬둡니다. 그리고 어떤 행동 하나를 하면 동물이 원하는 보상이 나오게 만듭니다. 레버를 누르면 간식이 나오거나, 버튼을 누르면 물이 나오거나, 줄을 당기면 문이 열려서 상자에서 탈출할 수도 있습니다. 동물들은 이것저것 행동을 해보다가 자기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는 행동을 알아차립니다. 그러면 다시 상자에 가둬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죠. 바로 학습이 일어났다고 하는 것이죠.
이제 우리는 스키너가 되는 겁니다. 상대방을 상자에 가두고요. 내가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 내는 것이죠. 먼저 그 사람이 기분 좋아하는 결과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는 거예요. 내 미소일까? 칭찬일까? 격려일까? 엉덩이를 사랑스럽게 팡팡 쳐주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 혹시 돈?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결정되었다면 그 행동 비스름한 무언가가 나오기만 해도 좋은 결과를 주는 겁니다. 억울하다고요. 아깝다고요. 옆집 누구는 알아서 잘한다는데, 꼭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고요? 에이, 우리 처음에 이야기했잖아요. 효과의 법칙, 너무나 당연한 거라고요. 당연한 거 하기만 하면 내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걸요.
물론 그 사람의 행동이 내 기준에 영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내 기준은 100이어서 100만큼 행동하지 않으면 칭찬해 주기 싫을 수 있어요. 그런데 아주 작은 시도에도 좋은 결과를 보여주지 않으면 영영 시도해버리지 않게 될걸요. 신혼 초 남편은 어찌나 순수하고 솔직하던지 제가 끓인 콩나물국에서 비린내가 난다고 말해버렸어요. 그 뒤로 우리 집 요리 담당은 남편이 되었죠. 나쁜 결과가 따르면, 다시는 그 행동을 하지 않아요. 원래 심리란 그런 거예요. 그러니 어설프지만 웃어주는 거예요. 칭찬해 주고, 잘했다고 말하고, 고맙다고 하는 거죠. 누가 처음부터 잘하겠어요. 물론 옆집 누구는 잘한다고 하지요. (속닥속닥. 그건 다 뻥이에요. 우린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답니다).
우리 집 청소 담당은 저였습니다. 제가 더 꼼꼼하고 먼지를 잘 발견하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그러더군요. 100만 원짜리 무선 청소기를 사주면 자기가 청소를 하겠다고 말이죠. 저도 가지고 싶었던 터라 거금을 들여 장만했습니다. 청소기가 배달되고 남편이 열심히 성능을 시험해보았어요. 청소기가 지나간 자리에 머리카락이며 먼지가 고대로 있었죠. 소파 밑, 테이블 다리 아래 어디 하나 청소가 된 느낌이 없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축하했어요! 와 정말 집에서 쾌적한 냄새가 난다! 마치 숲에 온 것 같아! 돈값을 하네! 하면서 말이죠.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남편의 청소 기술은 날로 늘어갔습니다. 제가 보이지 않는 구석의 먼지까지 발견하고 이제는 전선 하나 나와 있는 것도 꼴 보기 싫다며 케이블 타이로 꽁꽁 묶어 숨겨두죠.
만약 제가 그날에 이런 반응을 보였다면 어땠을까요? ‘여기 먼지 그대로 있잖아! 청소기 비싼 걸 사면 뭐 하냐 인간아. 결국 다 내일이지 뭐!’ 그날로 정말 그 청소기는 정말 제 몫이 되었겠지요?
이 문제는 사실 부부간에만 해당하는 문제만은 아니지요.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관계 안에서 살아가야 하고 서로 빚지고 베풀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입니다. 상대방에게 이만큼의 행동을 바라지만 상대방은 요만큼의 기대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죠. 내 자식이 전교 1등 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반에서 30등일 수 있어요. 내 여자 친구가 외제차 끄는 갑부였으면 좋겠지만 우린 버스밖에 못 타는 뚜벅이 커플일지도 몰라요. 내 남자 친구가 애정표현을 자주 해주길 바라지만 자기 전에 ‘자라’ 한 마디가 전부인 걸요. 내 친구는 이야기할 때 내 말도 좀 들어줬으면 좋겠는데 항상 자기 말만 해요. 동생은 밥 먹을 때 한 번도 자기가 계산을 하지 않아요. 형은 가족끼리 부탁 들어주는 건 당연한 줄로만 알죠. 직장 상사는 꼭 말 한마디를 해도 사람 복장 터지게 기분 나쁜 소리만 해요. 그런데도 어쩌겠어요. 자연인처럼 산에 들어가서 혼자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우리는 결국 함께 해야 하는 존재인걸요.
상대방이 영 마음에 안 드는 행동만 하진 않을 거예요. 어설프게나마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이 오거든요. 그 순간을 놓치면 안 됩니다. 그때가 기회에요. 평생 싱크대 앞에는 설 것 같지 않던 배우자가 어느 날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고무장갑을 끼는 날이 올 수 있어요. 그리고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방식으로 노력을 하겠죠. 이를테면 라면 국물이 흥건한 냄비에 깨끗한 물 컵을 담근 후에 세제도 없는 수세미로 닦아서 기름기가 그대로 남아있게 두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도 칭찬해 주는 거예요. 효과의 법칙을 이용할 절호의 찬스인 거죠. 당신이 나를 위해 컵을 닦아줘서 너무 행복하다고 말이에요. 마음에 없는 소리라도 그냥 해주세요. 그러면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어느 날 문득 배우자가 그 컵을 볼 때 당신의 그 미소가 떠오르고 행복이 물밀듯 밀려올 거예요. 다시 한번 설거지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거죠. 물론 그 생각이 자주 들진 않아요. 또 생각이 든다고 행동으로 옮기지도 않아요. 사람 쉽게 안 변하거든요. 그런데 쉽게 안 변한다는 건 안 변한다는 게 아니에요. 느리게 조금씩 결국엔 변한다는 거예요. 좋은 결과를 주고 기다려보세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그 사람의 마음속에서 조금씩 변화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있을 거예요.
그렇게까지 비위 맞추면서 살아야 하나 생각할 수 있어요. 그렇죠. 말 안 해도 알아서 착착 해줬으면 좋겠지요. 나는 그렇게 하고 있는데 상대방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때로는 억울하고 화가 나기도 할 거예요. 그런데 어쩌겠어요. 내 곁에 있는 사람은 내가 선택한 사람인걸요. 알아서 착착 잘하는 사람을 선택하지 못했으니 결국 관계의 열쇠도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죠. 자존심을 지키고 칭찬을 하지 않고 지금처럼 똑같이 사는 삶과 상대방에게 미소를 띠어주고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행동을 이끌어 내는 삶 중 우리는 선택할 수 있어요. 여러분은 어떤 삶을 선택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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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론 자주 칭찬하고 서로 마음의 상처없이 행복하게 살도록 노력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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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말만 하려니~~
산에땅파고외쳐야겠어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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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이사갈 집 미리 청소하러 갔는데
갑자기 배고프다고 라면 끓여준대서
기대반 걱정반하며 기다렸죠
진짜 끓여왔더라구요 ㅎㅎ
걸레 빨아 쓰던 스텐 찜통에 말이죠
순간, 아이고 내가 미쳐~~ 했지만
ㅋㅋㅋㅋ 빵 터진게 먼저여서
그냥 더럽거나 말거나 맛나게
먹어줬던 기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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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많이 하고싶다는 생각이 선생님 글을 읽을때 마다 뭉클뭉클 솟아오릅니다ㆍ
오래 기다리면서도 늘 혹시 글 올라왔을까 두근대며 기다립니다
기다림이 있다는거 참 즐겁고 좋아요ㆍ
감사드립니다 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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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됩니다~! 재밌게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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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했다가 20년째 생일꽃선물 못받아봤다능ㅠㅠ
말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요즘 가끔 설겆이 해주면 궁디 팡팡 두드려주며 고맙다고 너무 좋다고 칭찬해주고 합니다
과일도 가끔 사오는데 싱싱하지 않은걸로 사오지만 걍 사다줘서 고맙다고 합니다
칭찬한마디로 행복해집니다요
더 노력해야겠어요
칭찬의 말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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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악물고 노력해보겠습니다
죽을 때까지 배울 수 있음
배웠음 하는 게 심리학입니다
빨래삶는 솥에 음식을 담아놓고서도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칭찬을 기다리는 남자들은
엉덩이 팡팡 두드려주며
죽을 때까지 가르쳐
써먹어야겠다는 결심이
확고히 섭니다
좋은 글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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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노력해야 되는거 같어요
머리로는 아는데 말이나 행동이 나의 기준으로 불쑥 나올땐 상처를 주게 되네요
상대를 바꾸려 하기전에 나의 문제를 우선 아는것이
서로 인격적인 관계가 되는거 같어요
나이가 들어 갈수록
고집으로 더욱 더 주관적인 사람으로 고집하는 것이
알면서도 못고치는 슬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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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0
맞습니다
놀라운 결과를 경험하며 살아갑니다
저는...ㅋ
손님들이 자주 오는 우리집은
손님들이 가고나면 남는 잔재들이 힘들죠
어느날
취중에 그 모든걸 싹 다 치워져 있는 어느날
제가 취중에 그랬나봐요
저는 설거지를 해 본적이 없어요
저를 시키지 않는 남편님이셔요...ㅋㅋㅋ
그 후론 저는 설거지를 모르고 삽니다...ㅋㅋㅋ
오늘 글은 진짜 와 닿는 말씀!에 깜놀!합니다!
근데
사람은 안변해요
고쳐쓸 수 없는게 사람이래요
그래도
조금씩 변하고 바뀌는 자신을
상대를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