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동해를 대표하는 어류로 명태를, 서해는 조기를 꼽았다. 이젠 옛날처럼 해역을 대표하는 어류를 꼽기 어렵다. 잡히는 양도 많지 않고, 기후변화로 지역성도 사라진 탓이다. 이렇게 서식지의 지역성은 약해지고 있지만, 음식의 지역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여수 서대회무침처럼 말이다.

서대는 모래가 많은 갯벌에서 갯지렁이나 작은 게를 먹고 사는 가자미목 서대아목에 속하는 바닷물고기이다. 그 맛이 진하고 고소해 ‘서대 엎드린 갯벌도 달다’는 말이 있다. 맛있다는 표현이다.

서대는 모래가 많은 갯벌에서 갯지렁이나 작은 게를 먹고 사는 가자미목 서대아목에 속하는 바닷물고기.
서대는 모래가 많은 갯벌에서 갯지렁이나 작은 게를 먹고 사는 가자미목 서대아목에 속하는 바닷물고기.


그 모양이 혀를 닮아 한자어로 ‘설어(舌魚)’라 한다. 서대회무침에 많이 이용하는 참서대를 포함해 개서대, 용서대, 각시서대, 흑대기, 박대 등이 있다. 여수에서는 붉은서대라 부르는 참서대가 많이 잡힌다. 여수 사람들은 서대가 ‘1년 열두 달 먹어도 질리지 않는 생선’이라고 극찬한다. 서대는 비린내가 나지 않고 간이 알맞게 배어 조리하기 딱 좋은 생선이란다. 

다른 지역에서는 오뉴월이 철이라고 하지만 여수에서는 감칠맛이 최고조에 이르는 초가을을 더 적기로 꼽는다. 큰 서대보다 중간 크기가 좋다. 서대로 만든 음식을 내놓는 식당에는 어김없이 막걸리 식초가 있다. 집집마다 손맛이 다른 이유이다. 미나리, 양파, 오이, 당근, 마늘, 무까지 다양한 채소에 고추, 고춧가루, 막걸리식초 등을 준비한다. 회무침뿐만 아니라 찜, 조림, 구이, 탕까지 생선으로 할 수 있는 요리는 모두 할 수 있다. 서대는 여수 사람들의 힐링푸드라고 할 만하다. 

서대회무침은 먹고 난 후 밥을 비벼 먹는다. 요즘엔 국수를 말기도 한다. 새콤달콤한 무침과 비빔밥에는 된장국이 찰떡궁합이다. 식당뿐만 아니라 여수 수산시장도 서대가 주인공이다. 선어는 중앙선어시장이, 마른 서대는 여객선터미널 수산시장이 좋다.


서대회무침은 먹고 난 후 밥을 비벼 먹는다. 요즘엔 국수를 말기도 한다. 새콤달콤한 무침과 비빕밥에는 된장국이 찰떡궁합이다.
서대회무침은 먹고 난 후 밥을 비벼 먹는다. 요즘엔 국수를 말기도 한다. 새콤달콤한 무침과 비빕밥에는 된장국이 찰떡궁합이다.


서대무침도 좋지만 진짜 맛은 탕에서 결정된다. 서대탕을 먹어보면 왜 정약전이 ‘자산어보’에 그 맛을 ‘농후하다’고 표현했는지 알 수 있다. 해가 있고 바람이 부는 날이면 여수 바다 마을은 서대 말리기로 바쁘다. 명절과 제사에 서대를 올리기 때문이다. ‘여수 가서 서대회무침 먹지 않으면 무효다’라는 말이 허투루 하는 소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