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해하려면 한국전쟁 당시 미군 폭격 같이 생각해야” #
“북한 이해하려면 한국전쟁 당시 미군 폭격 같이 생각해야”
[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520]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탐사 전문 매체인 뉴스타파가 지난 6월 26일 한국전쟁 70주년 특집으로 ‘美 공군 폭격 초토화 작전’이란 다큐멘터리를 선보였다. ‘美 공군 폭격 초토화 작전’은 1950년 한국 전쟁 당시 미 공군이 네이팜탄과 B-29 등을 투하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 투하로 한반도 민간인이 대량 학살당했다. 이 영상은 이른바 NARA로 불리는 미국 국립문서기록청에서 발굴했다.
왜 뉴스타파는 한국전쟁 70주년 특집으로 미 공군의 폭격을 다루었는지 궁금해 지난 1일 서울 충무로역 근처 뉴스타파 함께센터에서 ‘美 공군 폭격 초토화 작전’을 연출한 김용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김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사진=이영광 기자>
“美공군, 한국전쟁 3년간 폭탄 투하량 30만톤 훨씬 넘어”
- 지난달 25일 한국전쟁 70주년 특집 ‘美 공군 폭격 초토화 작전’을 연출하셔서 공개하셨는데 끝낸 소회가 어때요?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공중폭격에 초점을 맞춘 다큐멘터리는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저희 뉴스타파가 본격적으로 첫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하지만 여러 사정 때문에 충분한 제작 기간을 갖지 못해 결과물에 대해서는 아쉬움도 많이 남아요. 그래서 후속 시리즈는 좀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올해가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이고, 곧 7월 27일 휴전 일도 다가옵니다. 올 연말까지 미 공군 폭격 문제뿐 아니라 다양한 주제로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해외에서 다양한 영상기록을 수집해 왔어요.”
- 얼마 만에 취재 제작 하신 건가요?
“아시겠지만 뉴스타파 취재, 제작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서 제가 대표 업무를 맡고 있기는 하지만 간혹 직접 취재, 제작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번처럼 30분 이상 분량이 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한 것은 2018년에 방송했던 ‘가짜 학문 제조공장의 비밀’ 이후 2년여 만인 것 같네요.”
- 지금은 취재보다 경영적인 활동 많이 하시는데 경영 부분 하다 취재 현장에 가면 느낌이 다르실 것 같아요.
“현장에서 취재하면 뭔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죠. 그렇다고 경영이나 조직 관리를 할 때 죽어 있다는 건 아닙니다. 저희는 비교적 작은 조직이어서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일을 맡아서 해야 할 경우가 많습니다. 취재 팀장들에게도 책상에서 관리만 하려 하지 말고 이른바 ‘플레잉 코치’가 돼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데스킹도 보고 직접 취재도 하자는 얘기죠. 사무실에서 결재하고 있다가 가방 챙겨서 취재 출장도 하고 합니다. 그래서 현장 나가는 게 어색하거나 낯 느낌은 전혀 없어요.
▲ <이미지 출처=뉴스타파 보도영상 캡처>
- ‘美 공군 폭격 초토화 작전’은 한국 전쟁 당시 미 공군이 네이팜탄 등을 투하해 민간인이 대량 학살되는 사건 등을 다뤘는데 어떻게 취재하게 되셨어요?
“저희 뉴스타파가 작년부터 3.1혁명 100년,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아 ‘민국 100년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100년 한국 역사 속에서 대를 이어 권세를 누린 기회주의적 지배 계급과 적폐 세력들을 해부하고, 풀리지 않은 역사적 의혹 사건 등도 짚어보자는 게 기획 의도였습니다.
일종의 종합 프로젝트인데 아무래도 국내에서는 자료 수집에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해외 자료 수집에 나섰는데 주로 미국 국립문서기록청(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이하 NARA))인데, 그곳은 어떤 측면에 한국보다 한국 관련 기록이 많은 곳이에요. 그리고 또 일본 국립공문서관 등에서도 기록을 수집했습니다. 특히 영상, 사진 자료 수집에 집중했어요. 이번에 만든 다큐멘터리도 지난해부터 NARA에서 수집한 영상 파일들을 분류해서 정리하는 작업을 하다가 한국전쟁 관련 영상기록, 특히 미 공군 폭격 영상들이 상당수 국내에 공개되지 않았고, 기록으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판단돼 한국전쟁 70주년 특집 다큐로 기획하게 됐습니다.”
- 그럼 왜 미 공군의 민간인 학살을 다루게 되었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희가 지난해부터 민국 100년 프로젝트를 위해 해외 기록물을 수집하고 있는데 영상기록물만 지금까지 파일 개수로 따지면 만 여건을 수집했어요. 다양한 분야에 걸친 영상들인데 올해가 한국전쟁 70주년이니 한국전쟁과 관련된 국내 미공개영상을 토대로 한국전쟁 7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게 시의성도 있고, 기록물의 역사적 가치도 제대로 살리는 방안이라고 판단했어요.
기존에도 다양한 한국전쟁 다큐가 제작, 방송됐지만 대부분 전황이나 이념을 다룬 것이어서 특정 주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면 의미가 있겠다고 본 거죠. 특히 저희가 입수한 한국전쟁 당시 미 공군 폭격 영상은 대부분 미국 극동 공군사령부 전투기나 폭격기가 작전 중 직접 촬영한 영상이어서 기록적 가치가 높았고, 미군 폭격의 양상, 말하자면 무차별 폭격과 그로 인한 수많은 민간인 희생을 가감 없이 보여줄 수 있는 자료여서 이를 통해 한국전쟁의 본질과 속성을 엿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 기사에 보니 ‘오폭’이란 표현을 쓰셨던데 오폭일까요. 아님, 무차별 난사일까요?
“미국 공군이 한국전쟁 3년 동안 폭격 횟수, 출격 횟수는 너무 많아서 셀 수도 없을 정도죠. 일반 폭탄 투하량이 30만 톤이 훨씬 넘을 정돕니다. 네이팜탄이 3만2천 톤, 그리고 로켓포와 기관포도 어마어마하게 발사했죠. 그래서 민간인 희생이 생겼던 현장도 그것이 오폭이었는지, 고의로 그랬는지 현재 시점에서 판단하긴 쉽지 않죠. 다만 저희가 프로그램에서 오폭이라고 한 부분은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조사한 사건 중 미 공군이 폭격 지점 좌표를 오인해 원래 목표물이 아닌 다른 지역을 폭격하는 바람에 발생한 것이 확인된 케이스가 있는데 그 사례를 다루면서 오폭이라고 했던 겁니다. 실제 민간인 피해가 생긴 경우에는 오폭과 고의가 두루 원인이 됐다고 봅니다.”
▲ <이미지 출처=뉴스타파 보도영상 캡처>
- 인천 충북 단양 전북 이리(현 익산) 등에 네이팜탄이나 B-29 등을 투하했단 내용이 나오던데 미 공군이 이렇게 했던 이유는 뭔지 그리고 거기뿐일까요?
“그것보다 훨씬 많죠. 진실화해위원회에 신고, 접수된 미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이 170여 건인데 그중 대다수가 미 공군 폭격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특히 진화위 위원장을 하신 안병욱 교수에 따르면 실제 피해 사례의 5~10%밖에 신고가 안 되었을 거라고 하니까 미군 폭격에 의한 민간인 피해는 이보다 훨씬 많다고 봐야겠죠. 저희가 프로그램에서 인천 월미도와 충북 단양 곡계굴 민간인 학살 사건 등을 다룬 것은 이 사건들이 진화 위에서 그래도 나름대로 사실관계가 일부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 북한도 민간인 사망 많은 거 아니에요?
“38선 이남 지역보다 북한 지역에 미 공군 폭격이 집중됐고 평양, 원산, 신의주, 함흥, 흥남 등 대도시는 거의 초토화 됐다고 합니다. 인명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죠.”
“美공군, 주택 밀집지 날아가며 무차별적 기관포 난사 장면, 충격적”
- 민간의 피해도 많았겠네요?
“그렇죠. 남한의 경우 비전투원, 즉 민간인 사망자가 30여만 명, 행불자까지 치면 60여만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북한 지역은 그보다 훨씬 심각하죠. 민간인 사망자가 15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엄청난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남북 모두 군인보다 민간인 사망자가 훨씬 많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그만큼 전쟁이 잔인했고,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학살, 무차별 폭격, 군사적 목표물과 무관한 매우 잔인한 초토화 작전이 전개됐다고 볼 수 있겠죠. 특히 북한 지역 민간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는 미군의 무차별 폭격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겠죠.”
- 이번에 가져오신 영상에 북한도 있나요?
“네, 북한 지역 폭격 영상이 훨씬 많아요. 저희가 프로그램에서 다뤘듯이 평양, 함흥, 흥남, 원산, 신의주, 신안주 지역 등을 폭격한 영상들을 수집했습니다. B-29 편대가 구름 위로 날아가면서 500파운드짜리 파괴폭탄을 마치 우박처럼 줄줄이 투하하는 장면은 정말 괴기스럽다고 할까요. 상공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면 구름 사이 그 아래로 도심에 폭탄이 연속으로 터지면서 불바다가 되는 장면은 정말 충격적입니다. 미군은 공중폭격에 따른 민간인 희생을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라고 슬쩍 퉁쳐 왔죠. 군사행동으로 일어난 민간의 인적, 물적 피해를 이렇게 표현하면서 사소한 것, 또는 불가피한 것이었다는 뉘앙스로 넘어가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용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전쟁 당시 미 공군의 상당수 폭격 장면을 보면 결코 ‘부수적 피해’라는 말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 인민군과 민간인은 또 다른 문제잖아요? 전쟁 중 군인은 사살할 수 있지만, 북한이라도 민간인 학살은 문제 아닌가 해요.
“그렇죠. 전쟁은 기본적으로 일어나지 않아야겠지만 어쨌든 전쟁에서 전투원 교전으로 인한 살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민간인 희생은 최대한 줄여야겠죠. 미국도 한국전쟁 초기에는 군사적 목표에 한정된 타깃을 폭격하는 정밀폭격 전 폭격 정책을 썼다고 합니다. 하지만 중국이 개입하고, 전세가 불리해짐 50년 11월부터는 전 폭격 정책을 전략폭격 정책으로 전환합니다. 다시 말해 전선의 후방에 있는 도시지역도 마구 융단폭격해서 초토화시키는 방향으로 갔다는 거죠. 이건 군사 목표물을 타격하는 게 아니라 일반 산업지역, 상업지구, 민간인 집단거주 지역까지 싹쓸이 공습을 통해 교전 상대국의 전쟁 의지 자체를 꺾어버리는 차원에서 진행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민간인 피해가 엄청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행했다는 거죠. 사실 지금은 흔적을 찾기 힘들지만, 서울역, 용산역 주변에도 미군의 무차별 폭격이 있었고, 수천 명의 민간인이 사망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뉴스타파 보도영상 캡처>
- 지금까지 미군이 직접 촬영한 폭격 영상 46건, 7시간 분량을 발굴했다던데 그거 처음 보셨을 때 어떠셨어요?
“한국전쟁 관련 영상기록은 이전에도 많이 봤죠. 대표적으로 KBS에서 오래전 방송한 한국전쟁 10부작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서고 프로그램 제작 때 자료화면으로도 많이 썼습니다. 그런데 미 공군 폭격 영상을 이렇게 상세히 본 적은 처음이에요. 미국 NARA에서 영상수집을 전문적으로 해오신 뉴스타파 전갑생 전문위원과 함께 NARA 영상열람실에서 16mm 필름을 받아 영사기에 걸어 놓고 보는데 상당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 어떤 게 가장 충격이었어요?
“한국전쟁 때 네이팜탄을 그렇게 많이 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직접 영상으로 보는 것으로만 해도 충격이죠. 또 그것 못지않게 미 공군 전폭기가 주택 밀집 지역 상공을 날아가면서 특정 목표물이 아니라 그냥 무차별적으로 기관포를 난사하는 장면을 잊을 수 없습니다. 공대지 로켓 발사도 마찬가집니다. 미 공군기에서 로켓을 발사하면 궤적이 그려지지 않습니까. 그게 꼬리가 쭉 이어지면서 날아가다가 마을 한복판을 타격해 폭발하는 장면도 충격이었죠.”
- 취재하시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저희들이 미군 폭격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 문제도 함께 취재했는데 70년 전에 일어난 일이어서 생존자나 목격자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영상과 현장을 맞추는 작업이 쉽지 않았죠. 현장 취재와 제작 기간이 짧기도 했고요. 그래서 미진한 부분은 후속 프로그램에서 보완해 보려고 합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 것 같아요?
“우리가 그 부분을 프로그램 후반부에 조금 녹여냈는데 현재 북한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한국전쟁 당시 미군 폭격 문제를 함께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미 공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인해 북한이 집단적으로 겪어 온 트라우마를 이해하지 않으면 현재 북한이 표출하는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다큐멘터리에 넣은 전문가 인터뷰에서도 나오듯이 북한은 미군 폭격으로 어마어마한 적개심과 공포를 느꼈다는 거죠. 그것이 어떤 식으로든지 미국의 위협에 대비한 자위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죠.”
▲ <이미지 출처=뉴스타파 보도영상 캡처>
- 그럼 현재 북한의 태도도 그 영향이 있다고 보세요?
“네.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으리라 봅니다. 그러니까 미국이라는 존재가 주는 위협과 공포는, 적어도 북한이 느끼기엔 우리 상상을 초월한다는 거죠. 오래전 경험이지만 그게 단순히 과거 이야기가 아니고, 이라크나 리비아에서 후세인이나 카다피를 제거하고 정권을 교체하는 모습을 계속 봤다는 거죠.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자기들도 언 가는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는 거죠. 북한의 핵 문제도 그런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 후속 보도에 대한 계획 어떻게 되나요?
“아까 말했듯이 우리가 상당한 양의 영상을 수집했는데, 여러 주제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각 주제별로 나눠서 시리즈로 보도할 계획입니다. 예를 들면 삐라 살포 등 심리전 문제, 포로 문제, 양민 학살 문제 등이 있습니다. 오늘 7월 27일은 한국전쟁이 끝난 날이 아니고 휴전 협정을 조인한 날이죠. 1953년 7월 27일 휴전되고 이제 67년이 흘렀습니다. 그날을 맞아 실제 전쟁은 중단됐지만, 즉 휴전 상태지만 아직도 계속되는 전쟁이 있습니다. 심리전이죠. 최근 접경 지역에서 한 탈북민단체가 대북 삐라 살포를 시도해 큰 논란이 빚어졌고, 그 이후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됐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이른바 열전은 중단된 상태이지만 심리전은 다양한 주체들이 개입한 가운데 계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7월 27일 휴전 일을 맞아 심리전 문제를 저희가 수집한 영상과 각종 자료를 통해 제기해 보려고 합니다. 많은 시청 바랍니다.”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GO발뉴스> 독자님들 지금 코로나19 사태로 힘드실 텐데 이게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점이 더욱 힘든 것 같아요. 그래도 힘내고 서로 격려하면서 이 어려움을 극복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GO발뉴스>도, 뉴스타파도 함께 많이 보시면서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이영광 기자
美 공군 폭격 '초토화 작전'
![](https://data1.newstapa.org/2019/08/fc5a551886c831cc8bac291b99b9d405b4bee9dde50bac87aa1fd6a8b0736a0861252a41420d9374e95859b452e52068d4163b55cc46c31af2fabad23569d2a0.jpg)
김용진
2020년
한국전쟁이 터지고 보름쯤 뒤인 1950년 7월 11일. 전북 이리시 이리역 상공에 미국극동공군 소속 B-29 중폭격기 2대가 나타났다. 당시 이리 지역은 전선도 아니었고, 적군의 징후도 없었다. 그러나 B-29는 이리역과 평화동 변전소 등에 폭탄을 퍼부었다. 느닷없는 폭격으로 이리역 철도 직원과 승객, 인근 주민 등 최소 91명의 민간인이 숨졌다.
![](https://puzzle-alpha.sgp1.cdn.digitaloceanspaces.com/controller/newstapa_www/2020/06/25193730-9301-62E4-4993-5WCVUKVS4TMNI357909Y.jpg)
▲ 미공군 B-29의 이리역 오폭 사건 2달 뒤인 1950년 9월 16일 이리 철도 조차장을 폭격하는 미공군 B-26. 출처: 미국 국립문서기록청(NARA)
그로부터 두 달 뒤인 1950년 9월 10일, 인천상륙작전을 5일 앞두고 미 해병대 소속 F4U 전폭기가 인천 월미도 상공에 나타났다. 콜새르라고도 불리는 이 전폭기는 양 날개에 소이탄의 일종인 네이팜탄을 한 개씩 장착하고 있었다. F4U 편대는 월미도 촌락에 네이팜탄 등을 투하해 마을을 불태우고 집밖으로 뛰쳐나오는 주민들에게 기총소사까지 했다.
지난 2005년 출범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날 미 해병대 15항모전단 전폭기 총 33대가 월미도 동쪽 마을에 세 차례에 걸쳐 네이팜탄 95발을 퍼붓고 기관포까지 발사한 사실을 확인했다. 미군의 월미도 폭격으로 인한 사망자는 100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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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0년 9월, 미군 폭격으로 불타는 월미도. 출처: 미국 국립문서기록청(NARA)
1951년 1월 20일, 미국 공군 F-51 머스탱과 F-80 슈팅스타 전투기 10여 대가 충북 단양군 영춘면과 곡계굴 일대를 네이팜탄으로 폭격했다. 당시 곡계굴에는 피난민과 인근 주민 300여 명이 전화를 피해 숨어있다가 네이팜탄 불길과 연기에 참변을 당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신원을 확인한 곡계굴 미군 폭격 민간인 희생자는 모두 167명이다. 피난 온 무연고 사망자를 포함하면 희생자는 36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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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1년 1월 20일 F-51 등 미공군 전투기의 네이팜탄 폭격으로 내부에 대피해 있던 인근 주민과 피난민 등 300여 명이 사망한 충북 단양 곡계골 입구와 위령비.
이처럼 한국전쟁 기간에 미공군의 오폭 등으로 한반도 곳곳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진실화해위원회에는 한국전쟁기 미군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을 규명해 달라는 신청이 모두 172건 접수된 바 있다. 이 가운데 미군 공중폭격 관련 사건이 120건으로 70%를 차지했다. 희생자 수로 보면 공중폭격 관련 비율이 훨씬 높아 진다. 신고된 전체 희생자 5천여 명 가운데 무려 90%인 4천8백여 명이 미공군 폭격 관련 사망자였다.
제1기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안병욱 교수는 뉴스타파 인터뷰에서 6.25 전쟁 때 발생한 민간인 집단 학살 사건의 경우 진실화해위원회에 접수된 사건이 전체 발생 사건의 5-10% 정도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조사 신청이 안 돼 조사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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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국립문서기록청(NARA) 영상자료 열람실에서 한국전 당시 미공군 폭격 영상 기록을 열람, 수집하는 뉴스타파 취재진
뉴스타파는 지난해부터 한국전쟁 때 미군의 폭격 양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금까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던 당시 미공군 작전 영상기록을 미국 국립문서기록청(NARA)에서 집중적으로 수집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미군이 직접 촬영한 폭격 영상 46건, 7시간 분량을 발굴했다. 대부분 국내에 공개되지 않은 영상들이다.
취재진은 이 영상을 분석해서 한국전쟁 때 미공군이 군사적 목표물뿐 아니라 민간인 거주지역 등에도 무차별 폭격을 가한 사실을 생생한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미 공군은 전쟁 초기에는 군사 목표를 정밀타격하는 ‘전술폭격’ 정책을 취했다. 하지만 1950년 11월부터 맥아더의 지시에 따라 군사적 목표뿐 아니라 대도시를 무차별 융단폭격해 초토화시키는 ‘전술폭격’ 정책으로 선회했다. 이에 따라 미공군은 이른바 싹쓸이 폭격에 가장 효과적인 소이탄의 일종인 네이팜탄을 마구잡이로 활용했다. 미군이 한국전쟁 3년간 한반도에 투하한 네이팜탄은 32,357톤에 이른다.
![](https://puzzle-alpha.sgp1.cdn.digitaloceanspaces.com/controller/newstapa_www/2020/06/25194515-D529-CEB7-CFD2-FE065S4YE7IJLEGCIU3H.jpg)
▲ 미공군이 한국전쟁 작전 중 소이탄인 네이팜탄을 투하하는 장면 출처 : 미국 국립문서기록청(NARA)
뉴스타파는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그동안 수집한 미공군 폭격 영상을 특집 다큐멘터리 <한국전쟁 70주년 특집: 美 공군 폭격 '초토화 작전' >에 담아 공개한다. 전쟁 초기 월미도 모습에서부터 휴전협정이 발효되기 직전인 1953년 7월 27일 밤, 마지막 출격 영상까지 담았다. 또 미국의 초토화 작전으로 주요 도시가 대부분 80-90% 파괴되는 경험을 겪은 북한의 트라우마가 북한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소개한다.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992CC64C5F07E8733D)
한국전쟁이 터지고 보름쯤 뒤인 1950년 7월 11일. 전북 이리시 이리역 상공에 미국극동공군 소속 B-29 중폭격기 2대가 나타났다. 당시 이리 지역은 전선도 아니었고, 적군의 징후도 없었다. 그러나 B-29는 이리역과 평화동 변전소 등에 폭탄을 퍼부었다. 느닷없는 폭격으로 이리역 철도 직원과 승객, 인근 주민 등 최소 91명의 민간인이 숨졌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1950년 9월 10일, 인천상륙작전을 5일 앞두고 미 해병대 소속 F4U 전폭기가 인천 월미도 상공에 나타났다. 콜새르라고도 불리는 이 전폭기는 양 날개에 소이탄의 일종인 네이팜탄을 한 개씩 장착하고 있었다. F4U 편대는 월미도 촌락에 네이팜탄 등을 투하해 마을을 불태우고 집밖으로 뛰쳐나오는 주민들에게 기총소사까지 했다.
지난 2005년 출범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날 미 해병대 15항모전단 전폭기 총 33대가 월미도 동쪽 마을에 세 차례에 걸쳐 네이팜탄 95발을 퍼붓고 기관포까지 발사한 사실을 확인했다. 미군의 월미도 폭격으로 인한 사망자는 100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1951년 1월 20일, 미국 공군 F-51 머스탱과 F-80 슈팅스타 전투기 10여 대가 충북 단양군 영춘면과 곡계굴 일대를 네이팜탄으로 폭격했다. 당시 곡계굴에는 피난민과 인근 주민 300여 명이 전화를 피해 숨어있다가 네이팜탄 불길과 연기에 참변을 당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신원을 확인한 곡계굴 미군 폭격 민간인 희생자는 모두 167명이다. 피난 온 무연고 사망자를 포함하면 희생자는 36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한국전쟁 기간에 미공군의 오폭 등으로 한반도 곳곳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진실화해위원회에는 한국전쟁기 미군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을 규명해 달라는 신청이 모두 172건 접수된 바 있다. 이 가운데 미군 공중폭격 관련 사건이 120건으로 70%를 차지했다. 희생자 수로 보면 공중폭격 관련 비율이 훨씬 높아 진다. 신고된 전체 희생자 5천여 명 가운데 무려 90%인 4천8백여 명이 미공군 폭격 관련 사망자였다.
제1기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안병욱 교수는 뉴스타파 인터뷰에서 6.25 전쟁 때 발생한 민간인 집단 학살 사건의 경우 진실화해위원회에 접수된 사건이 전체 발생 사건의 5-10% 정도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조사 신청이 안 돼 조사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부터 한국전쟁 때 미군의 폭격 양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금까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던 당시 미공군 작전 영상기록을 미국 국립문서기록청(NARA)에서 집중적으로 수집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미군이 직접 촬영한 폭격 영상 46건, 7시간 분량을 발굴했다. 대부분 국내에 공개되지 않은 영상들이다.
취재진은 이 영상을 분석해서 한국전쟁 때 미공군이 군사적 목표물뿐 아니라 민간인 거주지역 등에도 무차별 폭격을 가한 사실을 생생한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미 공군은 전쟁 초기에는 군사 목표를 정밀타격하는 ‘전술폭격’ 정책을 취했다. 하지만 1950년 11월부터 맥아더의 지시에 따라 군사적 목표뿐 아니라 대도시를 무차별 융단폭격해 초토화시키는 ‘전술폭격’ 정책으로 선회했다. 이에 따라 미공군은 이른바 싹쓸이 폭격에 가장 효과적인 소이탄의 일종인 네이팜탄을 마구잡이로 활용했다. 미군이 한국전쟁 3년간 한반도에 투하한 네이팜탄은 32,357톤에 이른다.
뉴스타파는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그동안 수집한 미공군 폭격 영상을 특집 다큐멘터리 <한국전쟁 70주년 특집: 美 공군 폭격 '초토화 작전' >에 담아 공개한다. 전쟁 초기 월미도 모습에서부터 휴전협정이 발효되기 직전인 1953년 7월 27일 밤, 마지막 출격 영상까지 담았다. 또 미국의 초토화 작전으로 주요 도시가 대부분 80-90% 파괴되는 경험을 겪은 북한의 트라우마가 북한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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