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노후대비 자금이 100이 있고 은퇴 후 필수 생활비가 70이라 하자. 그러면, 4%대 정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리츠(REITs)와 같은 중위험·중수익 자산을 100만큼 사는 게 나을까, 아니면 종신연금을 70 사고 나머지 30으로 주식(혹은 주식 간접투자)을 사는 게 나을까? 답은 후자다. 이유는 연금이라는 금융자산이 가진 특이한 기능에 있다.
연금 바탕으로 수익 추구 가능
‘연금 + X’ 구조로 노후 대비
‘X’는 근로소득과 투자소득 돼야
스테이크집이 와인서 이익얻듯
리츠와 같은 중위험·중수익 자산을 100 보유하면 정기예금 이자보다 높은 배당을 꾸준히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중위험·중수익 자산은 최근 사모펀드 사태에서 보듯이 가끔 손실을 크게 볼 때가 있다. 리츠도 차입을 해서 부동산에 투자하므로 주식보다 손실을 크게 보기도 한다. 혹 이들 자산가격이 30퍼센트 이상 하락하면 노후자금 지출에 차질이 생긴다. 한편, 중위험·중수익 자산은 수익을 크게 얻을 잠재성이 별로 없다. 아마존 주식은 2000년대 초반에 비해 가격이 500배 정도 올랐는데 이를 누릴 기회는 없는 셈이다.
연금 70, 주식 30을 갖는 경우 일단 필수 생활비 70은 연금으로 확보할 수 있다. 주가가 40퍼센트 하락해도 전체 자산의 손실은 12퍼센트에 불과하다. 극단적으로 원금을 모두 잃는다 하더라도 연금이 있기에 생활비가 부족한 위기 상황에 처하지 않는다. 만일, 주가가 많이 오르면 노후에 보너스를 듬뿍 받는다. 이 구조는 연금을 최소소득으로 하고 주가에 따라 소득이 높아지는 콜옵션(call option) 모양이 된다.
바둑에는 ‘내 말이 살고 난 후에 상대방 돌을 잡으러 간다(我生然後 殺他)’는 격언이 있다. 과감한 수를 두려면 먼저 나의 생존부터 확보해 놓아야 한다는 말이다. 혹은 나의 생존이 담보되면 좀 과감한 수를 두어도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연금의 역할은 노후 자산관리에서 나의 생존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다. 종신연금은 돈의 수명과 나의 수명을 정확하게 일치시켜 내가 혹 120세를 살아도 확정적인 연금 소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금은 나의 생존(我生) 이외에 상대방 돌을 잡아 큰 수익을 취하는 ‘살타(殺他)’라는 숨은 기능을 갖고 있다. 연금 자체에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기능은 없지만, 연금의 안전성을 활용해서 다른 자산에서 수익을 내는 간접적인 기능이다. 아쉽게도, 우리는 이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노후 자산관리는 연금
의 숨은 기능을 십분 활용하는 게 요체다. 이를 위해서는 연금을 먼저 확보하고 나서 다음의 두 가지를 덧붙이는 전략이 필요하다.